강서 지역 클럽 룩북을 보다가 문득, 이게 정말 ‘룩북’이라기보다 ‘어떻게든 구색은 맞춰야겠으니’ 꾸역꾸역 만들어낸 그림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다. 매번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내가 이걸 왜 분석하고 앉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감흥이라는 게 없으면 글 쓰기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돈은 받아야 하니 억지로라도 뭘 좀 끄집어내야 하는데, 이번 강서 클럽 룩북은 좀 그랬다. 특별히 눈에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뭐랄까, 미지근한 상태?
이번 룩북이 던지는 가장 큰 인상은 ‘안전함’이었다. 물론 클럽 패션이 대단한 예술일 필요는 없겠지만, 이 정도라면 그냥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새에 약간의 조명빨만 더한 느낌이랄까.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두운 계열의 상의와 하의 조합은, 안정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는 있겠으나, 개성이나 도전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물론 클럽 방문의 목적이 오직 시선 집중이 아닐 수도 있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룩북이라는 이름 아래 제시될 때는 최소한 ‘어떤 특정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좀 덜 보였다. 그저 무난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쩌면 이게 강서 클럽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내심 좀 허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이템에서는 나름의 기시감이 들면서도 괜찮은 부분이 없진 않았다. 예를 들면, 액세서리 활용은 그나마 좀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빛을 반사하는 소재의 주얼리나, 밋밋한 상의에 포인트를 주는 체인 디테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소소한 시도들이 전체적인 룩에 미미하게나마 생기를 불어넣으려 애쓴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작은 노력들이 전체적인 룩의 ‘평이함’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마치 맛없는 메인 요리에 그나마 좀 먹을 만한 가니쉬를 곁들인 느낌이랄까. 룩북을 다 보고 나니, 결국은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씁쓸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번 강서 클럽 룩북은 무난함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고수한 채, 과감한 시도는 회피한 모습이었다. ‘강서 클럽’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활력이나 자유분방함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아 아쉽다. 물론 모든 사람이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룩북을 통해 어떤 영감을 얻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좀 더 도전적이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한 개성을 담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물론 내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간 평이겠지만, 이런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내 기분도 중요하니 말이다.